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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쌀국수의 고수를 싫어하는 이유

by 뿌이 2021.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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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의 고수를 싫어하는 이유

얼마 전 조카와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러 갔는데 초등학생인 조카는 베트남 쌀국수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국수를 좋아했기에 당연히 좋아할지 알았는데 조카가 갑자기 맛이 이상해서 못 먹겠다고 해서 엄청 당황했습니다. 고수 향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긴 해서 고수를 살짝 맛보라고 하니 비누 맛이 난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저는 쌀국수를 먹을 때 특유의 고수 향이 좋은데 주변에 꼭 못 먹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사람마다 각자 입맛이 있다고는 하지만 호불호가 워낙 심한 이유가 뭘까요?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가설들이 있으니 살펴보겠습니다.

고수가 올려져 있는 쌀국수
대중적인 음식인 쌀국수지만 고수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1. 유전적 요인

후각과 미각은 화학적 감각으로 냄새 분자와 맛분자가 직접 수용체 단백질에 달라붙어서 신호가 뇌로 전달됩니다. 이 과정에서 맛의 차이점은 이 수용체 유전자의 차이나 해당 정보를 뇌에서 처리하는 경로의 차이에서 난다고 합니다. 쓴맛을 감지하는 'TAS2R38' 유전자와 냄새 수용체인 'OR4N5'와 'OR6A2'의 반응에 따라 맛과 냄새에 민감해집니다. 2016년 미국 유타대 학교 연구진은 고수에 대한 선호도는 냄새 수용체와 맛 수용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혔는데 냄새 수용체인 유전자 유형에 따라 비누냄새가 난다는 사람과 상쾌한 향이 난다는 사람의 반응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위에 설명한 쓴맛과 냄새 유전자 3개  전부 민감한 사람이라면 고수가 들어간 음식은 맛도 냄새도 끔찍하게 싫어할 것입니다. 

2. 환경적 요인

한국사람은 마늘과 김치향의 맛에 익숙해서 아무렇지 않지만 이를 처음 접한 외국인들은 이것들을 너무 싫어합니다. 이젠 한국의 위상이 높아져 한국의 문화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많아져서 이제 김치도 맛있게 먹는 외국인들이 많아졌습니다. 이처럼 처음 접한 향과 맛이 익숙해지면 점차 거부감 없이 매료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수가 익숙한 지중해와 중동에 사는 사람은 그 향과 맛이 특별할 것도 없겠지만 고수를 모르는 지역에 사는 사람은 그 특유의 향과 맛에 처음에는 인상을 찌푸릴 수 있습니다.

3. 반복 경험에 의한 학습

저도 어릴적에는 파를 못 먹어서 파김치나 파전은 먹지도 못했고 국에 들어가는 파 양념도 먹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차마 음식을 가릴 수가 없어서 그냥 먹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참고 먹을 수 있었습니다. 입안에 퍼지는 향과 파 안쪽의 미끌거림이 싫었지만 몇 번을 씹게 되니 뭔가 음식의 풍미가 더 좋게 느껴졌습니다. 이렇듯 어떤 음식의 맛의 불쾌감을 능가하는 다른 유쾌함을 찾는다면 불쾌한 맛을 극복할 수도 있습니다. 예로 커피도 쓴맛을 관여하는 유전자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커피를 마시며 쓴맛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은 카페인의 각성 효과와 향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듯 반복 경험에 의한 학습을 통해 타고난 선호도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같은 음식을 두고도 호불호가 다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릅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맛을 강요하거나 하는 일은 멈추고 다양성의 당연한 결과라 여기고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조카는 이제 고수가 들어간 쌀국수를 즐기지 않을 것 같긴 하지만 쌀국수의 다른 기분 좋은 맛을 찾아내어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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